한미 FTA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한미 FTA를 추진하는 고위층의 의도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양극화 해결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하겠다면서 갑작스럽게 속도를 내는 한미 FTA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면서부터다.
여당 내에서조차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우리를 어이 없게 하는 것이 그 한미 FTA 추진을 통한 경쟁력 강화논리다.
한,중,일 의 구조 속에 있는 한국이 선진국가로 가려면 교육,의약품,서비스 시장의 개방 충격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8년 IMF 이후 지금까지 이런 논리를 이 땅의 지도층과 전문가들로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어떤가. 국민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의 주인은 외국인들이다.
KT&G와 포스코도 외국인들의 독차지다.
그들이 정부가 보증한 각종 독점이윤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매년 수십조씩 빼내가고 있다.
그들은 한국에서 투자와 고용에 아무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오로지 수익을 최대한 올려 더 많은 배당금을 요구할 뿐이다.

그러면 경쟁력은 높아졌는가?
한국인들을 상대로 수조원의 이익을 내고 있는 은행과 증권사들의 수익은 경쟁력 강화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예대마진 폭리와 터무니 없는 수수료인상에서 얻어지고 있다.
갑작스런 BIS 비율 강요로 발생한 부실을 국민들 세금으로 털어주고 헐값으로 외국인들에게 넘겨준 대가치고는 너무나 초라하다.

그 정도 공적자금을 투입할 거였다면 제일은행이나 서울신탁, 조흥은행을 팔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신용평가기관들의 협박과 대외신인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이고,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보여지듯 더러운 ‘공작’이 있었던 것이다.

한미 FTA 를 통한 교육,의료,통신 등과 같은 시장의 개방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논리는 허구라는 것이 현실에서 증명됐다.
우리가 금융산업개편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처럼 경쟁력 강화와는 무관하며, 오히려 강한 자의 먹잇감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국가차원에서 보면 매국적인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정부의 고민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추격은 빠르고 거세다. 일본과의 격차는 좁혀지기는커녕 까마득하다.
그래서 한미 FTA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일본과 중국보다 앞서 한미FTA를 체결해 기선을 잡자는 호승심을 자극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평범한 상식, 즉 한미FTA로 한국이 얻을 것은 적고, 잃는 것이 많다면 분명 한미 FTA는 손해보는 협상이다.
그러면 몇 년 지난 뒤에는 흑자가 될 수 있는가 ?
그건 이미 미국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를 보면 이내 답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거짓말로 국민을 현혹해 파국을 초래할 것이 아니라 중국을 따돌리고 일본을 추격해 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첫째는 부품소재산업 육성정책이다.
LCD TV가 아무리 수출이 늘어나도 편광필름을 비롯한 핵심부품이 전부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거나 최근에는 아예 한국의 부품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일본기업이 한국에 진출해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일본 부품회사와 한국기업 간의 기술격차는 적지 않지만 추격이 불가능한 건 전혀 아니다.  

둘째는 바이오산업육성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한국바이오산업은 그 규모의 영세성과 저급한 기술수준으로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다국적 제약사는 세계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최대 제약기업의 매출이 1개 다국적 기업의 1% 매출에 지나지 않는다.
M&A를 촉진하고 기술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공공의료를 확대하면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심장, 뇌혈관질환, 성형 등의 분야에서 영리병원의 활동을 넓히고 한방과 전통의료의 치료방식을 보강해야 한다.

이런 기본작업을 확실히 추진하고 그 성과에 기초한 한미간의 최고의 통상형태인 자유무역단계로 가야 한다.
대미, 대중 무역흑자가 대일무역적자로 나타나는 구조를 개선하여 미국의 압력을 완화시켜나가고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양국간 협상을 진전시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출처> 이태복의 새벽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