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재화(財貨)를 훔치는 일이 도둑질이고 그런 사람은 도둑놈입니다. 『목민심서』에서는 제해(除害)라는 조항을 통해 도둑질을 못하게 하고 도둑을 붙잡는 일의 중요함에 대하여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배고파서 남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만이 도둑이 아니라, 관리로서 백성의 재화를 빼앗는 자야말로 일반 좀도둑보다 훨씬 무섭고 지독한 도둑이라는 것을 다산은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감사(監司)는 큰 도둑(大盜)이고 군수는 작은 도둑(小盜)이라고 명명한 『감사론(監司論)』을 집필한 바도 있습니다.

사시사철 칡넝쿨로 만든 옷 한 벌만 입고 살았던 ‘갈의거사(葛衣居士)’라는 의적(義賊) 이야기가 목민심서에 나옵니다. 온 세상이 도둑으로 가득 차 있다고 개탄하며 군도(群盜)의 두령(頭領)으로 활약했던 그분의 꾸짖음이 무섭습니다.

“지금 온갖 도둑이 지상에 가득하다. 토지에서는 그 재결(災結)을 도둑질하고, 호구(戶口)에서는 그 부세를 도둑질하고, 기민 구제에서는 그 양곡을 도둑질하고, 환자(還子)창고에서는 그 이익을 도둑질하고, 송사(訟事)에서는 그 뇌물을 도둑질하고, 도둑놈에게서는 그 장물을 도둑질한다. 그런데도 감사나 병사(兵使), 수사(水使)들은 도둑질하는 자들과 한패거리가 되어 숨겨주고 들추어내지 않는다. 그 지위가 높을수록 도둑질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그 녹봉이 후할수록 도둑질의 욕심은 더 커진다. 그자들의 그런 행동을 아무도 지적하여 말하지 못해 종신토록 향락을 누리건만, 왜 유독 굶고 또 굶은 끝에 좀도둑질 좀 한 사람에게는 이렇게 가혹한& nbsp;처벌을 하는 것이냐. 그래서 내가 통곡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군관(軍官)에게 꾸짖었다는 것입니다.

다산은 갈의거사의 입을 빌려 자신의 속마음을 토로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도둑을 잡아야할 관리들이 더 큰 도둑질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도둑을 잡을 수 있겠느냐는 대목에 인류의 슬픔이 담겨 있습니다.

다산이 살던 그때에만 그런 일이 있었을까요.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도 큰 도둑은 도처에 있습니다.

[다산연구소] 홈페이지에서 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