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과 봉은사(奉恩寺)




지금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수도산(修道山) 아래에 있는 봉은사, 옛날에는 강남구나 서초구는 대부분 광주(廣州)고을의 땅이었습니다.  다산의 고향인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마현 마을에는 생가가 있고 묘소가 있으며, 기념관과 문화관이 있는데, 옛날에는 그곳 역시 광주군 지역이었습니다. 봉은사는 다산의 고향에 있는 절 가운데 하나였던 셈입니다

다산의 고향집에서 가까운 절이 몇 개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으로 운길산(雲吉山)에 있는 수종사(水鍾寺)는 어린 시절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자주 찾아가 즐겼던 곳이고, 광주의 퇴촌면에 있는 천진암(天眞庵)도 젊어서부터 늙어서까지 찾아다니던 절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가까운 절이 다름 아닌 봉은사였습니다. 지금은 땅값 비싼 도심의 절이어서 크게 즐길 수 있는 그윽한 절은 아니지만, 다산이 젊은 시절에는 아주 그윽하고 경치 좋은 절임에 틀림없었습니다.

한창 과거공부에 여념이 없던 시절, 21세이던 초가을, 다산은 가장 다정했고 가장 마음에 맞는 중형(仲兄)인 정약전과 함께 봉은사에서 경전의 뜻을 밝히며 과거공부에 열심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나무 우거져 벌려 있어
     둘러보며 답답한 마음 풀어버리네......
     林木羅森秀 顧眄散衷悶  <宿寺>

이런 시를 보면 그곳에 숲이 얼마나 우거져 있으며 경치가 얼마나 훌륭했는가를 알 만합니다. 절 가까운 곳에는 선능(宣陵)과 정능(靖陵)이 있어 그곳의 관리책임을 맡았던 숙부(叔父)를 찾아뵙고 형제가 즐겼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그 무렵에는 자주 봉은사에 들렸기 때문인지 ‘숙봉은사’(宿奉恩寺)라는 제목이 또 있습니다.

이제는 아무도 모르는 일, 주변에 빌딩만 높이 솟아 절간으로 여겨지기도 쉽지 않은 봉은사, 바로 그곳에서 희대의 학자 형제가 경전을 토론하면서 뒷날을 설계했다면 얼마나 의미 깊은 곳입니까. 또 그곳에서 공부한 덕택으로 그 다음해인 22세의 초봄에 다산은 진사과(進士科)에 합격합니다. 봉은사 경내에 그런 흔적이라도 하나 남겨두면 어떨까요.


박석무 드림

*** 다산연구소 홈페이지로부터 옮겨왔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