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것이 하루에 셀 수 없이 세수하는 고양이
잠보라고 불러야 할지 깔끔이라고 불러야 할 지....

머리 회전이 빨라야 대화를 나룰 수 있는 여우
눈도 돌려야 하고 입도 빨라야 하고 너무 바빠

밤만 되면 천장에서 운동을 하는 생쥐
여기저기 구멍을 뚫고 힘을 과시하지

아침이면 어김없이 나를 깨워주는 참새
부지런하게도 새벽잠이 없는 게 부러워

나보더 더 빨리 달리려 애쓰는 토끼
그래서 난 늘 내리막길에서 시합하지

자는 척해야 나무에서 내려오는 겁쟁이 다람쥐
그런데 도토리를 보면 너무 용감해져

나보다 더 심한 말썽꾸러기 아기 곰
더 크기 전에 실컷 같이 장난쳐야지

어림을 인정 못하는 자존심 강한 아기사슴
키를 재려면 팔짤팔짝 뛰면서 잴 것도 없데

내 얼굴에 묻은 밥풀을 젤 좋아하는 누렁이
내 입에 밥풀이 묻지 않아도 자꾸 뽀뽀해

원성 스님의 <우리는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