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벌이는 것만 좋아하고 마무리를 못 짓는 이들이 있다.

한 작품을 제작할 때도 그렇고,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그렇다.

일을 마무리 했다곤 하지만, 거기에 세부적인 마감이 없는 경우도 많다. 언뜻 보면 그럴듯하지만,

자세히 보면(막상 사용하려고 보면 완성도를 느끼기 힘든 경우이다. 

 

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공예작가들은 비교적 세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단이다.

상대적으로 분업에 익숙한 디자이너들은 세부를 챙기지 못하거나 아예 완성도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유형화이고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세부가 형편없는 공예품도 많고 마감이 좋은 공산품도 많다.

 

세부를 챙기지 못하는 것은 기량의 문제이기도 하고,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전자의 경우, 시각적 훈련이 덜 된 제작자, 디자이너들은 사물을 제작할 때 세부에 대한 판단이 부정확하다.

정확한 형태에 대한 판단, 예를 들면, 평면, 직선, 직각 여부, 이음새, 접합부분의 완결성; 균일한 질감이나

색상에 대한 판단이 늘 부정확하고 자신이 없다.

또한 시각적으로  판단을 해도 그것을 제작에서 발휘할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인 경우도 많다. 

경험적으로 보면, 젊은 시절의 시각적 기술적 훈련이 결정적이며나이나 경험이 많아진다고 개선되지는 않는다.

이와 같은 기량은  몸을 통해 체득하는 암묵적 지식(암묵지)이다.

 

후자의 경우는 세부적 완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 때문이다.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집단, 작가주의적 성향이 강한 공예가, 디자이너들 중에는

세부적 완결성은 작품성과 무관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외려 작품성을 해치는 요소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성격적인 무책임함도 작용한다. 뭔가 시작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일의 구석구석을 완결하려는 노력을 피해

대충 때우거나 남에게 미루는 태도이다.

이런 태도를 가진 이가 공동의 프로젝트나 행사 기획의 책임자가 되는 경우 문제는 커진다.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 디자인 컨셉, 기획 의도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만,  막상 투입된 노력이 드러나는

시각적 결과물, 행사 현장의 모습은 세부가 결여된 천박한 실체가 되는 것이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 God is in Details”

 

근대건축을 이끈 독일의 건축가이며, 바우하우스의 교육자로도 활동했던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1886-1969)의

이 말은 건축을 포함한 모든 조형물에서 세부의 마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결국 그것이 한 조형물(혹은 하나의 기획물)의 성패를

가늠한다는 의미의 시적 표현이다.

늘 새로운 것, 창의적인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막상 한 사물이나 일의  완결성이 보여주는 가치와 시각적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마감은 반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