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원전제로시대 선언 ]
앞으로 원전 신증설하지 않고
40년 가동 뒤 폐로원칙 엄격적용
세계 에너지 이용판도 파급 클듯
일본 정부가 이르면 14일 관계 각료들이 참석하는 에너지·환경회의를 열어 ‘2030년대 원전 제로’ 방침을 확정한다고 <아사히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이미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에 이어, 세계 3위의 원전대국 일본이 탈원전의 길을 걸을 경우, 세계 에너지 이용 판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지난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수정해온 에너지정책의 원안이 확정됐다며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하루빨리 실현하기 위해 2030년대에는 원전을 전혀 가동하지 않아도 되도록 정책자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 그 핵심이라고 보도했다. 원안은 앞으로 원전을 신증설하지 않고, 40년 가동 뒤 폐로한다는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며, 현재 안전점검을 위해 가동하지 않고 있는 기존 원전을 재가동하기에 앞서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안전확인을 거친다는 세 가지 원칙도 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애초 현재 전력생산의 25%를 차지하는 원전의 비중을 2030년 15%로 낮춘다는 내부 목표를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가능한 한 빨리 탈원전으로 가야 한다는 여론이 매우 강해 ‘2030년대에 원전 제로’라는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원전을 없애는 대신, 2010년 현재 1100억㎾h인 재생가능에너지의 생산량을 2030년까지 3000억㎾h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차세대 에너지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전력회사의 시장독점 체제를 해체해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송전과 발전을 분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핵연료를 재처리해 사용하는 이른바 ‘핵연료 주기’의 폐기와 관련해서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공장 등 시설이 들어서 있는 지자체의 반발을 고려해 ‘관계 자치단체와 정부, 전력소비자가 함께 논의하는 장’을 만들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고속증식로 몬주는 연구로로 전환한다.
신문기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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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들의 노력으로 정부의 원전 제로선언까지 이끌어냈습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이명박 정부에서는 마치 국책사업이라도 되는 양,
원전사업을 호도하며 추가 확장계획을 세웠고,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와 인근한 황해 유역에 수십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라죠
크게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입니다.
지역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삼척 신규원전 유치를 지지해 온 김대수 삼척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결정이 발표된 지 하루 만인 14일, 지식경제부는 삼척, 영덕에 신규원전 예정구역을 확정 공시했다. 앞으로 세부 지질조사, 원자로 설치 위치 판정, 환경영향평가 등의 남은 절차에서 문제가 없으면 이 지역에 원자력발전소가 설립된다.
이처럼 한국 정부가 2030년까지 원자력 의존도를 59%까지 늘리겠다는 원전확대 의지를 재천명하는 가운데 같은 날 일본 정부는 2030년에 원전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신속히 탈원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신규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40년 이상의 노후한 발전소는 완전 폐로하며, 재생 가능 에너지의 생산량을 2010년 대비 2030년까지 약 3배로 늘린다는 내용이다.
일본만이 아니다. 이미 유럽의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도 탈원전을 선언했다. 이 국가들의 공통점은 원자력의 안전을 우려하고 탈원전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부가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원전의 안전에 불안해하는 대다수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새로운 수출효자 품목, 신성장동력이라는 구호 아래 이미 대다수 국가가 외면하는 사양사업을 고집하고 있다.
친원전 삼척시장의 주민소환투표 결정 하루 만에 강행된 예비부지 확정은 지역주민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는 정부의 독단적인 태도를 재차 보여준다. 이는 국민의 안전보다는 원전사업자와 건설자의 배를 불리겠다는 의지로밖에는 풀이될 수 없다.
원전의 안전성을 자신하면서 원전강국을 지향하던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하면서 탈원전을 선언했듯이 한국도 시대에 역행하는 원전확대 정책을 하루빨리 중단해야 한다. 그린피스가 지난 4월 발표한 에너지 혁명 한국판 보고서는 한국도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의 단계적 폐쇄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린피스는 한국에서도 신규원전 계획이 무효화되고 제로원전이 이뤄지는 그날을 위해 계속해서 시민들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이희송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팀장
(신문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