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구  정치학

 

 

글/ 전용일

 

 

옷이나 장신구는 그것을 착용하는 사람과 한 몸이 되어 움직인다. 그래서 시각적 흡인력이 남다르다. 그러나 장신구는 착용자를 시각적으로 더 아름답게 꾸며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장신구는 때때로 적극적인 표현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상징적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더욱이 착용자가 많은 이들의 시선을 모으고 여러 매체를 통해 그 이미지가 확산되는 공적인 인물이라면 그 파급 효과가 더욱 크고 광범위하다.

첫 여성대통령인 박근혜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외관을 통해 드러나는 시각적, 문화적 이미지에도 눈길이 쏠린다. 그 중에서도 대선 후보시절부터 그가 착용하고 있는 장신구들이 ‘박근혜브로치’라는 말을 유행시키는 등, 적지 않은 반향을 끌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혼수나 액세서리 정도로 인식되는 장신구가 대통령의 옷 위에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것이다.

장신구가 단순한 시각적 장식물이 아니라 풍부한 상징성을 지닌 조형물이라는 사실은 역사에서 쉽게 알수 있다. 인류는 그동안 수없이 다양한 장신구를 통해 자신을 다른 이와 구별하고, 권력이나 신분을 드러내고, 종교적 의례를 완성하고, 사랑의 언약을 증명해왔다. 영국의 헨리 8세는 수백 개의 보석장신구를 착용함으로써 자신의 절대 권력을 과시했다. 당당한 체구와 함께 화려한 장신구로 둘러싸인 초상화 속 헨리 8세의 모습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사진) 지난 3월 266대 교황으로 즉위한 프란체스코교황은 일명 ‘어부의 반지fisherman's ring’ 를 끼고 자신의 임기를 시작했다. 그것은 어부 노릇을 하다 예수의 제자가 된 베드로의 그물질하는 모습이 담긴 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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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구가 보다 적극적인 표현의 매체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의 일이다. 각국의 미술대학에서 장신구작가가 배출되었으며, 이들은 자국의 문화적 전통과 기술과 시대적 감각을 종합한 예술품으로서 장신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장신구는 사회 지도자를 비롯한 미술애호가와 수집가들의 큰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독일의 최초 여성지도자인 앙겔라 메르켈총리는 목걸이를 좋아한다. 메르켈총리를 위해 독일 장신구작가가 제작한, ‘앙겔라를 향한 오마주’는 독일 삼색 국기를 응용한 매우 간결한 형태의 목걸이다(사진). 독일 특유의 기하학적 추상미와 공간감이 돋보이는 이 장신구는 독일 총리의 장신구로 제격이라는 느낌을 준다. 2010년 방한 중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착용한 목걸이는 대담한 구성와 색감을 강조한 스타일로 메르켈의 장신구와 대조적이다.(사진)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장신구가 착용자의 분신인 듯 잘 어울리는 모습을 연출한다. 비결이 무엇일까. 바로 옷을 고를 때 장신구를 위한 여백을 고려할 줄 아는 능력이다. 장신구가 잘 어울리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배경이나 주변과의 조화를 고민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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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치는 장신구 중에서도 가장 독립적이며 공격적이다. 그래서 장신구를 통한 ‘발언’ 혹은 정치적 표현을 의도하는 사람은 브로치를 선호한다. 미국의 마들린 올브라이트 전국무장관은 장신구 역사에 남을만한 브로치애호가로, 재임시절 수많은 외교의 현장에서 장신구를 통한 ‘발언’을 했다. 2000년 북한 김정일 주석과의 만났을 때, 올브라이트는 자존심과 애국심을 가장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브로치를 선택했다.(사진) 사진만으로도 두 사람 사이의 기싸움이 짐작되지 않는가. (둘 모두 커보이기 위해 높은 구두를 신었다) 주민 모두가 김일성배지를 달아야 하는 북한 독재에 대한 반발로 성조기 브로치를 골랐다고 올브라이트는 말했다. 그가 장신구로 ’대결‘만 한 것은 아니다. 중국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의회 연설에서는 중국에 대한 우호적 제스처로 용을 주제로 한 칠보장신구를(사진), 르완다 학살의 추모자리에서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넬슨 만델라와 만날 때에는 아프리카 초원을 뛰는 듯한 얼룩말 브로치를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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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근혜대통령도 장신구를 일종의 정치적 구호로 활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대선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착용했던 ‘박근혜브로치’(사진) 는 남대문시장에서 저가로 유통되는 상품으로, 서민경제를 끌어안겠다는 후보자의 구호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모든 카메라의 프레임속에 포함된 장신구들은, 후보자의 여성성과 서민대통령의 기대를 성공적으로 소구했던 것이다. 후보자는 대통령이 되었고 장신구는 이제 선거의 무게를 덜고 새로운 옷을 입을 것이다. 전 국민의 문화적 수준과 동시대 미감을 반영하는 보다 높은 차원의 상징성이 요구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중국을 방문 중인 대통령의 화려한 모습이 전파를 통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장신구는? 의상과 칼라 코드를 맞춘 작은 브로치와 목걸이들이 눈에 들어온다.(사진)  조화롭고 안전하고  진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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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중앙일보 의뢰로 애초  '장신구 정치학'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글의 원본입니다.

신문사의 요청으로 몇차례 수정이 되고,  필자가 제공하지않은 사진들이 첨가되고  있어야할 내용들은 빠지면서,  

최종적으로는 '박대통령 방중 리포트'처럼 포장되어 7월9일자 신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