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조회 수 963 추천 수 0 2015.04.13 21: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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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표지의 조르바. 이전 책보다 이 협곡의 그림이 훨씬 역동적이고 왠지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누구의 그림일까?


조르바를 약 7년전에 읽고 당시 받았던 인상은, 다소 복합적이고 모호했다.
조르바의 강렬한 자유의지와 활력이 나같은 '식물성' 인간에게는 버거웠던 것일까?

그때 또 하나의 작은 사건은 내가 이책을 당시 미술치료를 공부하는 여제자에게 권했던 일이다.
이 제자가 책을 읽고 난 소감이  나를 놀라게 했다.
'저는 너무 불쾌해서, 읽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라는 말. 불쾌한 이유는 특별하진 않다.
마초적이며 남성중심적인 시각이 책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 '농탕함'을 자유라는 말로 포장하는 듯한 사람들의 평가가 자신으로서는 참기어렵다는 것.


그런 기억들을 가지고 다시 조르바를 읽었다.
그리고 몇가지 인상들을 정리해 본다.

1.
처음 읽을때도 그렇지만 내가 가장 좋은 부분은 아름다운 문체에 있다.
소설 전체를 실존인물이라고 하는 조르바가 지배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가 좋은 부분은
그리스의 풍광과 등장인물들을 바라보고 묘사하는 화자의 아름답고도 사색적인 문체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조르바의 투박하고 뭉둑한 (보다 상징적인) 말투들과 섞여있다.  
이 빼어남의 배후에는 물론, 번역자이며  그 자신이 뛰어난 문필가이기도 했던
이윤기가 있다.
첫 문장이 너무 좋아, 노트에 옮겨 적었던 기억도 있다.

" 항구 도시 피라에우스에서 조르바를 처음 만났다.
나는 그때 항구에서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이 밝기 직전인데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북 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시로코 바람이,
유리문을 닫았는데도 불구하고 파도의 포말을 조그만 카페 안으로 날렸다.
카페 안은 발효시킨 샐비어 술과 사람 냄새가 진동했다.
밖이 추워 사람들의 숨결은 김이 되어 유리창에 뽀얗게 서려 있었다.
밤을 거기에서 보낸 뱃사람 대여섯이  갈색 양피 리퍼 재킷 차림으로 앉아
커피나 샐비어 술을 들며 희끄무레한 창 저쪽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나운 물결에 놀란 물고기들은 아예 바다 깊숙이 몸을 숨기고
수면이 잔잔해질 때를 기다릴 즈음이었다...."

2.
조르바는 정말 자유로운 인간인가, 아니면 대책없는 인간인가.
두번째 정독을 한 나름의 결론은, 조르바는 약간 대책없는 인간이긴하지만, 결코 방탕한 인간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열심히 불사름으로써, 인간이 인간다울수 있다고 믿고
그것을 자신의 몸으로 직접 보여준 실존이다.
나는 조르바가 거룩한 인간 까지는 아니더라고 , 많은 인간이 추구하는 자존과 자유로움, 성실함에
근접했던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지배하는 남성중심주의적 시각은, 우선 이 책의 배경이 거의 100년전이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조르바는 모든 여자가 아니라 '과부'를 열심히 좇았다는 점도 중요하다. (^_^) 
우리 시대에 남녀가 평등해지고 도덕적 잣대가  뚜렷해졌다고 하지만, 

과연 현재가 100년 전 보다 윤리적으로 나아졌을까? 

3.
모든 문학작품이 그렇지만, 이 책도 인간군상들의 실존적 삶과 밀착해 있으면서, 또한 거대담론들이
얼기설기 놓여졌다. 이윤기는 이 책을 '거대한 존재와의 싸움'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어떤 삶이 (동물적인 삶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인가.
성스럽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책의 내용에는 없지만, 역자 후기에 나오는 '메토이소노'가
카찬차키스 문학의 열쇠말이라고 한다. 거룩하게 되기, 성스럽게 되기, 라는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니체의 영향이 강한 카찬차키스는 죽는 날까지 유럽의 적통 '기독교'를 배격하는 입장에 섰다.
종교적인 성화가 아닌 거룩함을 인간은 어떻게 성취할수 있는가.
화자가 심취해 있는 불교에서의 비움의 철학은  이 책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생의 철학'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수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나 나름대로는,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예민한 작가의 눈, 화자의 시선을 통해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이들을 좀더 이해하려면
카잔차키스의 다른 책들을 읽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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