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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서의 움직임

 

전시장은 조용하다, 라고 생각한다. 발자국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리는 공간을 찾기 어려울 만큼, 전시장은 조용하다. 관람객의 구두 굽 소리 사이로 일순 소리가 들린다. 무언가 작고 동그란 것이 굴러가는 소리다. 때로 어딘가 부딪혀 방향을 바꾸거나 떨어지는 소리도 함께 들린다. 가만 들어보니 소리는 인공의 리듬을 갖고 있다. 그저 구르고 부딪히고 떨어지는 자연스럽고 익숙한 소리인데, 분명 계산되어 누군가의 손을 탄 소리다. 들리는 소리까지, 민준석의 작업이다.

소리를 낸다는 건 그의 작업에 움직임(Movement)이 있다는 말이다. 실제 착용이 가능한 장신구들부터 전시를 목적으로 제작된 작품들까지, 민준석의 작업에는 한결 같은 움직임이 있다. 금속의 프레임이나 투명한 튜브 사이를 돌고 있는 붉은 루비는 민준석의 작업을 연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런 이유로 종종 그의 작업을 두고 (Circle)’이라든가 순환(Circulation)’ 등의 단어를 이용해 수식하거나 읽어내기도 하지만, 이는 달의 뒷면에는 외계인의 기지가 있(을 것이)!’라는 발화와 비슷하다. 실은 이나 순환은 작품의 형태적 요소 또는 숨겨진 의미 찾기에 함몰되어 작업을 해석하며 겪는 쉽고 흔한 오독이기 때문이다. 민준석의 작업은 조금 더 직관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작업을 쉽고 편하게 여겨주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은 여러 번의 전시를 통해 꾸준히 언급되었다. 관람객과 착용자들이 작품과 직접닿고 만나, 작업이 가진 의미뿐만 아니라 재미요소도 함께 찾고 공유하길 바라는 작업 의도는 그의 작업 기간을 관통하는 주요한 지점이다. 민준석의 작품에서 움직임은 빼놓을 수 없는 차별점이지만 더불어 특기할 것은 작품의 움직임이 작품 자체의 기능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과 착용자의 개입을 통해 발생한다는 점이다. 팔찌를 찬 손목이 움직여 빨간 루비가 흔들리게 하거나, 벽에 걸린 작품에 구슬을 굴려 레일을 따라 굴러가게 하는 동안 그들은 능동적으로 작품에 개입하게 되고, 비로소 고정되지 않은 형태를 즐기게 된다.

보이는 것처럼, 민준석은 정교하고 이성적인 형태를 금속으로 재현하기 위해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계산을 통해 나름의 이상적 형태에 접근하고 있다. 다만 그의 작업이 완성되는 시점은 손끝에 피가 맺히도록 깎고 갈고 두드려 형태를 만들어 낸 순간이 아니라, 작품의 수용자들이 능동적으로 작품에 개입하여 움직임을 유발하고 웃거나, 미소 짓거나, 호기심을 가질 때다. 드디어 작가의 오랜 호기심과 작업 의도가 전해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모든 미술작품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를 소통이라 할 수 있다면, 그 지점에서 민준석의 작업은 해당 목표를 충실히 그리고 온전히 달성하게 된다.

움직이지 않는 그의 작품은 미완이다.

 

- 함성언 (갤러리 버튼 디렉터)